《감정의 역류 앞에서》- 박사,켈시 . Non ship
의무기록과 언어파형 해석 로그, 혈청 분리 데이터 시트가 가득한 테이블.
캘시는 손끝으로 한 장 한 장을 넘겼다. 침착한 동작. 익숙한 리듬.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단 하나의 기록에서 오래 머물러 있었다.
박사의 생체 곡선.
정확히 말해, 감정이 '폭주'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검출된 감정 파장.
《이상 반응 – 감정 억제 실패 – 대상 반응자: L.》
캘시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벽 너머, 박사의 침상에 닿아 있는 그 침묵이 너무도 무거웠다.
“박사 네가 감정을 찾는다면, 그건 네가 선택했던 고통을 다시 되짚는 일이 되겠지.”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네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위해 감정을 버렸는지 알아. 기억을 도려내고, 감정을 봉인하면서까지 너는 살아남는 길을 택했지.”
그녀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네가 그걸 되찾는다면, 너는 다시 후회하게 될 거야. 다시 느끼고, 다시 잃고, 다시 무너질 거야.”
그녀는 손끝으로 Seir의 감정 파장을 따라 그렸다.
정제되지 않은 곡선.
그건 처음으로 감정이 파열된 순간,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지키고자 했던 순간의 잔재였다.
“ 네 감정을 깨워도 될까, 박사.”
캘시는 자신에게 물었다.
의사로서가 아니라, 동료로서.
오래전 바벨에서 함께 무너진, 남겨진 자로서.
“이건 치료가 아니야. 회복도 아니야.
네가 선택하지 못했던 감정의 역류를 다시 밀어넣는 일일 뿐이야.”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돌아온다면.
그 고통을 견딜 수 있다면.
나는 그 앞에 설 거야.”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그 떨림은 곧, 그녀의 결심으로 다듬어졌다.
“내가 마지막까지 널 인간으로 남겨둘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이라면—"
"나는 네 감정을 지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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