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기억을 향한 기도》
LIST / 20250724

《기억을 향한 기도》— 박사 & 아미야 . Non ship. 

병실은 고요했다.
의료장비의 기계음은 심장의 박동처럼 일정했고, 그 가운데 누워 있는 사람은 여전히 꿈속에서 돌아올 기미가 없었다.

아미야는 문을 조용히 닫고, 발끝을 조심스럽게 들며 침상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손에는 붉은빛이 감도는 조각 하나가 들려 있었다.
Seir이 늘 지니고 다니던 언어 코드 해석 단말기였다.

 

“박사님,”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부르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 당신을 부르면… 들릴까요.”

잠든 이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무표정했고, 이마에 드리워진 흑발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눈을 뜨지 않아도 그는 여전히 Seir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아미야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아, 그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
체온은 있었고, 혈압은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감정의 온기는 없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감정을 막아야 했던 이유… 이젠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감정이 있으면, 아파지니까. 누군가를 살리려면, 자신은 덜 살아야 하니까. 그런 식으로 계속, 계속...”

그녀는 단말기를 책상에 내려두었다.
그 안엔 아직도 풀리지 않은 파형들이 저장돼 있었다.
로고스가 분석하고 있던 언어의 잔향.
Seir이 무의식 속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감정의 파편.

“처음엔 잘 모르겠었어요.”
그녀는 웃었다. 어딘가 울 것 같은 얼굴로.
“왜 박사님은 늘 그렇게 멀어 보이는지. 왜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짧고, 눈을 피하시는지…”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그게… 다 기억 때문이었군요. 감정도, 이름도, 전부 봉인되어 있었던 거죠. 그래서 박사님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누구보다 많은 걸 기억하고 계셨던 거예요. 살리고, 떠나고, 또 살리고… 그렇게 계속…”

말끝이 흐려졌다.
하지만 그녀는 울지 않았다. 대신, 손을 꼭 잡았다.

“당신은 돌아올 거예요. 로도스가, 우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잠시, 기계음만이 병실을 메웠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이번엔… 우리가 당신을 지킬게요. 당신이 지켜왔던 것처럼.”

그녀가 일어섰을 때, 단말기의 화면에 짧은 단어 하나가 떴다.
무의식적 파동이 순간적으로 튀어 오르며 생성한, 마치 꿈결 같은 문장.

 

『…기억…』

아미야는 천천히 돌아서며, 그 불완전한 단어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희망처럼, 미련처럼, 혹은 Seir 자신의 마지막 약속처럼 보였다.

그녀는 조용히 중얼였다.

 

“기다릴게요,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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