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seir, 로고스. Non ship.
【정적 속, 무의식적 안심】
Seir은 문 너머에서 누군가의 걸음걸이를 인식했다. 일정한 간격, 약간의 오른쪽 발 뒤꿈치 편중. 정적이고 정확한 보폭.
“……로고스인가.”
그렇게 말한 자신에게 Seir은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누군가의 발소리를 안다는 것, 그것이 익숙하다는 것.
감정이 봉인된 자가 왜, ‘누군가’를 먼저 떠올렸는가.
그가 문을 열자, 로고스는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이군. 박사.”
Seir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살짝 떨구며, 로고스의 왼손 소독 밴드를 살폈다.
그 손가락은 아직 완전히 다 낫지 않았지만, 더 이상 열은 없었다.
묘하게도, 그 순간 Seir의 눈꺼풀이 0.2초 길게 감겼다.
── 그것은 ‘안도’라는 감정의 잔재였다.
2. 의도치 않은 침묵의 교환
연구 단말 앞, Seir이 적막한 밤에 혈청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조용히 문이 열렸다.
“박사, 이 문서. 구조가 변형되었더군.”
로고스가 말한 건 단순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Seir은 그의 손끝을 먼저 보았다.
문서를 쥐고 있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피로인지, 혹은 그 이상의 감정 때문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네 손, 떨리고 있다.”
Seir이 말했다.
로고스는 반사적으로 손을 감쌌지만,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혈청의 부작용은 없었을 텐데.”
Seir의 말에, 로고스는 조금 늦게 대답했다.
“… 이상하군.”
Seir은 그 문장의 해석을 보류한 채, 잠시 시선을 회피했다.
그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로고스는 그저 그를 바라보기만하였다.
3. 기억에 없는 호명
Seir은 가끔 ‘로고스’라는 이름을 불러놓고, 본인은 그 이름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로고스는 묻지 않는다.
왜 내 이름을 부른 거냐고.
왜 그 이름을 기억하느냐고.
왜 그걸 기억하면서, 표정은 아무 감정도 없이 유지되느냐고.
그 대신 그는 조용히 혼잣말한다.
“망각은 형태를 지우지만, 배열은 남는다. 당신의 언어적 패턴은 내 분석 구조 안에서 사라지지 않아.”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