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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ALL TIME Aile
11월 12일/168cm/ 세인트쉘터 연기과


외관
그녀는 단정한 인상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예쁜 얼굴이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낯섦이 섞여 있었다. 처음 마주친 순간에도 낯설지 않았고, 돌아선 뒤에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어깨에 닿는 검은 단발머리는 흐르는 물처럼 매끄러웠고, 바람이 스치면 이마 위로 머리카락 한 올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 너머로 드러나는 눈동자는 깊고 조용했다. 마치 말없이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그러나 결코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사람처럼.

항상 검은 리본머리띠를 달고 다녔다. 그 작은 장식 하나가 그녀의 분위기를 정리해주는 것 같았다. 소녀다운 유연함을 주는 동시에, 다가갈 수 없는 경계선을 긋는 것처럼.

하얀 피부는 별다른 조명 없이도 빛났고, 프릴이 달린 옷자락은 가벼운 숨결처럼 흔들렸다. 무대에 서지 않아도 빛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있다면, 아마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조용한 사람. 하지만 눈길은 언제나 그쪽을 향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어딘가 오래된 기억 속에서 다시 마주친 사람 같다고.
성격
카이로스는 가끔 엘이 어떤 마음으로 웃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미소는 늘 부드럽고 예의 바르지만, 그 안에 있는 감정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면서도, 마음속에선 끊임없이 무언가를 접고 숨기는 사람. 그런 사람이 엘이었다.

말수가 적은 건 아니었다. 필요할 땐 먼저 말을 걸었고, 무례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꺼내지 않는다는 것을.
마치 모든 감정을 물속에 가라앉히고, 그 위에 잔잔한 미소만 띄워둔 사람처럼.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막상 닿으려 하면 사라지는 물결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엘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누구보다 정직한 방식으로 자신을 숨기고 있는 거라고 믿었다.
그녀가 쉽게 말하지 않는 감정들, 애써 삼켜내는 말들 속엔…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있었다.

그녀는 세상에 등을 돌린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오래, 묵묵히 곁을 지켜온 사람이었다.
그걸 알아차린 순간부터, 카이로스는 더 이상 그녀를 가볍게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엘이라는 사람은, 천천히 다가가야만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특징
그녀는 연기를 배운 적이 없었다.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마치 그 장면 안에서 살아온 사람처럼 자연스레 감정을 표현했다. 무대 위에서도, 카메라 앞에서도, 혹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골목의 풍경 속에서도.
엘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인물이 되어버리는 사람이었다.

정식 오디션도 거치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실기, 단 한 장면으로 연기과 교수들은 그녀를 선택했다. 어쩌면 그들보다 먼저, 운명이 그녀를 무대로 데려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말보다 눈빛으로 많은 것을 전했다.
감정은 입술보다 눈에 머물렀고, 눈빛보다도 더 많은 것은 그 주변의 공기에서 흘러나왔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침묵’을 떠올렸다. 아름답지만 어딘가 멀리 있는, 가까이 다가가면 닿을 것 같다가도 스르르 멀어지는 사람.

카이로스와 엘 사이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함께 겪은 시간이 많지도 않았고, 명확한 언약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 사이엔 이유 없이 사라지지 않는 실타래 같은 연결이 있었다.
그 실은 다정하고 따뜻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조여왔다.

그래서 엘은 그저 거기 있었다.
때로는 과거를 닮은 유령처럼, 때로는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처럼.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결코 놓을 수 없는 사람.
그녀는 잊은 적 없는 존재가 아니라, 잊으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에 가까웠다.
기타
카이로스는 엘이 웃을 때마다 잠시 망설였다.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 부드럽고 환했다. 사람들 앞에서는 특히 더. 때로는 그 미소가 너무 완벽해서, 그 안에 무언가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건 정말로 ‘밝은’ 표정이 아니라, 밝아 보여야만 했던 표정이라는 걸.

엘은 힘들 때일수록 오히려 더 밝게 웃었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 톤 높아지고, 손짓도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 모든 움직임 뒤에는 애써 눌러 담은 감정들이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지켰다.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자신이 무너지는 걸 누구보다 두려워했기 때문에.

카이로스는 그런 그녀를 함부로 위로할 수 없었다.
그녀의 침묵은 말보다 단단했고, 그 안에 담긴 슬픔은 남이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기다리기로 했다.
언젠가 그녀가, 더 이상 감추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기를.
그 밝은 얼굴 뒤에 숨겨진 진짜 표정을, 그녀 스스로 내보일 수 있을 때까지.
ஐ.*.˚